
처음 먹는 평양냉면같은 영화
영화 《북촌방향》 해석: 봉준호가 뽑은 2010년대 최고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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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성준은 영화감독이다.
“그냥 난 북촌이 좋다”는 이유 하나로 자신이 살던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다.
그는 아무 계획 없이 하루하루를 떠돌 듯 살아가고,
우연히 옛 연인을 만나 사랑을 갈구하고,
선후배·제자들과 술을 마신다.
이야기에는 특별한 갈등 구조도, 목표도 없다.
“우연히 마주친 만남”들 속에서,
어떤 사건도 필연성을 띠지 않는다.
놀랍게도, 이 세 줄이 거의 이 영화의 전부다.
그렇다면 대체 왜 봉준호는 이 영화를 2010년대 최고라고 평가했을까?
한 번 씨네필 호소인으로서 해석을 시도해본다.
차이가 없는 반복의 반복
이 영화는 구조적으로 전반과 후반이 거의 대칭을 이룬다.
동일한 인물, 유사한 대사, 비슷한 술자리 상황이 반복된다.
하지만 나는 단순한 데자뷰처럼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상당히 불편하고 지루했다.
똑같은 자리, 똑같은 술,
하지만 대화 흐름과 인물 태도는 약간씩 달라져 있다.
홍상수는 이를 통해 아마도
“인간은 비슷한 상황에 놓여도 결국 달라지지 않는다”
는 걸 보여주려는 것 같지만,
솔직히 말하면 너무 지루하다.
블록버스터 영화를 본 것보다 더 피곤했다.
말과 진심 사이의 거리? 그냥 찌질한 투정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거짓말을 하거나, 솔직하지 않다.
20대인 나의 시선에서 보면 그저 아줌마, 아저씨들의 지루한 술자리를 관음하는 느낌에 가깝다.
성준은 제자 앞에서는 ‘가르치는 척’을 하지만 진심이 없고,
옛 연인 앞에서는 감정을 숨기며 의미 없는 말만 반복한다.
어떻게 해보려는 여자 앞에서는 말을 미친듯이 잘한다.
그의 말들과 열정은 결국
오직 성관계를 위한 구차한 빌드업처럼 느껴진다.
그들의 대화는 단절되고 어색하지만,
그조차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연출된다.
이걸 “인간의 본질적 고립감”이라 포장할 수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냥 찌질하다고 느꼈다.
영화감독이 직업? 홍상수 자신의 이야기?
주인공은 영화감독이지만 무기력하다.
삶을 연출하지 못하며, 인간관계도 수동적으로 반응할 뿐이다.
선배에게 의존하고, 옛 연인에게 사랑을 구걸한다.
자기반성도 없고, 성장도 없다.
그는 현실의 모든 것을 외면하려는 듯 보이며,
“나도 모르게 상처를 줬던 것 같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한다.
예술가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변화 없는 존재’.
그게 성준이며,
동시에 홍상수가 바라보는 현대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사실 홍상수는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영화에 투영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알고 있다.
이 영화도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어떻게보면 자조적인 영화.
홍상수 영화의 특징를 알 수 있는 영화긴하다.
홍상수 영화의 핵심은 ‘술자리 대화’다.
알코올은 진심을 끌어내는 도구지만,
이 영화에서는 술이 오갈수록 말은 흐릿해지고, 감정은 더 가려진다.
의도적으로 메시지를 감추고,
그 메시지를 해석하는 책임을 관객에게 전가한다.
아마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홍상수 영화를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찍는 영화마다 유럽에서는 열광한다.
정말 평양냉면같은 영화아닌가...
왜 제목이 북촌방향인가? 방향은 있지만 도착지는 없다.
제목을 곱씹어본다. “북촌방향.”
방향은 있다. 하지만 도착지는 없다.
이 영화는 1시간 10분 동안 수많은 대화와 시퀀스를 던진다.
그런데 관객 입장에서는 "이게 무슨 소리야?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거야?"
영화제목 속 ‘방향’이라는 단어는 원래 어디론가 나아감을 전제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나아가지도 않고, 도착하지도 않는다.
그저 아저씨들과 아줌마들의 술자리.
대화. 실없는 농담. 회피. 반복.
결국 이 영화는
현대인의 의미 없는 형식적 움직임에 대한 은유다.
열심히 어딘가로 가는 것 같지만,
결국 제자리.
의미 없는 순환. 의미 없는 뺑이.
찌질한 남자의 공허한 영화다.
이 영화는 의도적으로 서사의 동력을 제거했다.
그렇기에 이야기 자체는 지루하다.
하지만 핵심은 ‘이야기’가 아니다. 첫 문단 3줄이 이야기는 전부인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 영화는 이야기보다는 ‘상태’를 보여준다.
지루하고, 무기력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태. React 상태 아니다.
그래도 멋지다. 하지만 찬양하고 싶진 않다.
이 영화가 특이하고 멋진 영화라고 생각한다.그냥 홍상수 영화보면 그런 생각이 들긴한다.
그렇다고 찬양하고 싶진 않다.
홍상수 영화는 딱 평양냉면 같다.
처음엔 밍밍하고, 뭔지 모르겠고,
자극도 없고, 끝맛도 애매하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그 맛을 아주 깊게 느끼고 빠져든다.
매니아층은 극찬하고, 대부분은 지루해한다.
그 누구의 취향도 잘못된 건 없다.
시간이 남고, 홍상수 영화를 입문하는 사람에겐 추천한다.

끝.
2025년 황금연휴 중 할일이 많지만 하기 싫은 새벽의 최원빈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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